숲속을 산책하다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작은 용’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는 정말로 하늘을 활강하는 도마뱀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드라코 볼란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날개 달린 도마뱀, 드라코 볼란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도마뱀의 생물학적 정체
드라코 볼란스는 파충류 도마뱀과에 속하는 작고 날렵한 생물로, 몸길이는 약 20~22cm이며 대부분의 시간은 나무 위에서 보냅니다. 이름 ‘드라코’는 라틴어로 '용'을 의미하고, ‘볼란스’는 '날다'라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곧 이 동물의 가장 독특한 특징, 바로 하늘을 ‘활강’하는 능력을 함축하고 있죠. 이 도마뱀은 일반적인 날개를 가진 새나 곤충과는 다르게, 갈비뼈가 옆으로 길게 뻗어 피부막을 지탱하며 '파타지아'라는 얇은 비막을 형성합니다. 이 구조는 드라코 볼란스가 공중에서 몸을 펴고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실제로는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것이 아니라 도약 후 활강하는 방식입니다. 짧게는 몇 미터에서 길게는 30미터 이상의 거리도 가볍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컷은 목 아래에 있는 밝은 색의 '드와플'을 펼쳐 영역을 표시하고 암컷에게 구애합니다. 이때 수컷의 파타지아는 오렌지나 노란빛이 돌며, 암컷은 보통 연한 청색 계열입니다. 색채의 차이만으로도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이 도마뱀은 시각적인 신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무 위 작은 용의 생활방식
드라코 볼란스의 서식지는 주로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지역으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발견됩니다. 이들은 땅보다는 나무 위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며, 나무 줄기와 잎의 색과 매우 유사한 보호색 덕분에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드라코의 주 활동 시간은 아침에서 낮까지이며, 이때 곤충을 사냥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고 짝을 찾습니다. 주로 먹는 것은 개미나 작은 곤충들로, 먹이 사냥을 위해 가지에서 가지로 이동할 때 활강 기술을 활용합니다. 땅으로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알을 낳는 시기에는 암컷이 잠시 지상으로 내려가 구멍을 파고 알을 낳은 뒤 다시 나무 위로 돌아갑니다. 이때만큼은 천적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기에 매우 빠르고 신중하게 행동하죠. 드라코 볼란스는 비교적 온순하며, 인간과의 접촉도 회피하는 편입니다. 이로 인해 야생에서 관찰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 위를 날듯이 가로지르는 작은 실루엣을 통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활강의 기술과 진화의 미스터리
드라코 볼란스가 비행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진화적 측면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떨어지는 위험을 줄이거나, 더 넓은 영역을 효율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활강 능력을 발달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드라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활강을 통해 먹이를 더 빨리 찾고, 포식자를 피하며, 짝짓기 기회를 늘릴 수 있었던 개체들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갈비뼈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라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얇은 피부가 날개처럼 변형된 것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코 볼란스 외에도 날다람쥐, 날도마뱀, 날도롱뇽 등 활강 능력을 가진 다양한 동물이 각각 독립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진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수렴진화’라고 부릅니다. 서로 다른 종이지만 유사한 환경 압력 속에서 비슷한 적응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드라코의 활강은 단순한 낙하가 아니라, 공기 흐름을 조절하고 방향을 바꾸는 정교한 기술입니다. 날개를 펼 때는 꼬리를 이용해 균형을 잡고, 착지 직전에는 머리를 들어 올려 충격을 최소화합니다. 그 작고 가벼운 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며, 마치 공중을 유영하는 듯한 우아함을 보여줍니다.